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가 캐나다에서 목조건축 기술연수를 통해 느꼈던 소중한 경험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2020년 2월 12일부터 10일 동안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밴쿠버(Vancouver) 근교에서 공사 중인 여러 곳의 목조건축 현장을 직접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이전에도 10여 차례 캐나다를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 연수는 저에게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었고 소중한 경험들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캐나다 현지에서 만났던 설계, 시공 및 시행사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그동안의 여정과 함께한 기억을 이 블로그에 차근차근 담아보겠습니다.
목재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캐나다 사람들
저는 목조건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 산업의 근간이 되는 목재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목재의 기본적인 특성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목조건물을 설계하고 시공한다면 건축물에 대한 품질 보장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조건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목조건물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화재입니다. 나무는 불에 잘타니까 나무를 뼈대로 짓는 목조건물도 불에 약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죠. 이 부분은 수많은 화재테스트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입증되었습니다. 내화성능을 갖도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한다면 목조건물도 화재에 그렇게 취약하지 않습니다.
일반인들이 화재 다음으로 생각하는 목조건물의 불안 요소는 바로 물, 즉 수분관련 이슈인데요. 나무가 물에 취약하는 얘기죠. 네 맞아요. 나무는 물에 장시간 노출되면 곰팡이도 피고, 썩어서 푸석 푸석해지기도 하죠.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질문을 받았던 터라 늘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입니다. 목조건물에 방수재료나 외장마감재가 설치되고 나면 물에 대한 불안요소는 자연스럽게 해결되는데요. 문제는 목골조가 공사 중 눈. 비에 노출되었을 경우입니다.
나무가 수분에 취약한 특성을 알고서도 수분에 노출되도록 설계, 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죠. 그런데 이번에 방문한 목조건축 현장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요. 목골조를 저렇게 비에 오랜시간 노출시켜도 될까 싶을 정도로 비에 대비한 현장 조치는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세계 최대 목조건축산업국 중 하나인 캐나다에서 우리가 생각하기에도 기본 중에 기본을 놓칠 리가 없을 텐데 말이죠. 그렇도 단독주택 현장이 아니라 대규모 중층목조건축물이 지어지는 곳에서 말이죠. 개인적으로 캐나다는 지난 10여 년 간 매년 방문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처럼 겨울에 목조건축 현장을 방문한 적은 처음이었죠. 캐나다 밴쿠버는 겨울이 우기(rainy season)라네요. 10월부터 시작해서 이듬해 3월까지 비가 자주 내립니다. 우리나라의 국지성 호우 또는 장마와는 다르게 오랜 기간에 걸쳐 비가 내리는 거죠.
이번 연수 첫날과 둘째 날도 비가 내렸었는데요. 현지인들에 말에 따르면, 올해도 1월 한 달간은 햇빛을 거의 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캐나다 목조건축 현장 견학을 통해 캐나다인들은 목조건물에 대한 ‘수분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고 싶어 졌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목재는 수분에 취약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죠. 캐나다는 연간 20만 동 이상의 주거용 건물이 목조로 지어집니다. 목조건물은 주요 구조부, 즉 건물의 뼈대가 목재입니다. 벽, 바닥, 지붕, 기둥, 보와 같은 주요 구조부가 취약해지면 건물 전체의 구조적 안전성에 치명타를 입히게 되죠. 뿐만 아니라 건물의 수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캐나다 목조건축산업계에서 수분관리 문제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답니다.
단독주택뿐 아니라 중층 목조공동주택 그리고 다양한 용도의 목조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캐나다의 목조건축물 대부분은 지붕처마에 대한 디테일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적용시킨다고 합니다. 이는 지붕처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붕처마는 비 오는 날 우리 몸을 보호하는 우산과 같은 역할을 하죠.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면, 빗물의 100%는 커버하지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빗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듯, 목조건물을 빗물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처마를 넉넉하게 밖으로 빼내는 것을 캐나다인들은 이미 잘 알고 있었어요.
실제 비가 많이 내리는 밴쿠버 주변 목조건물을 보면 지붕처마가 없는 사례는 눈 씻고 찾아보기가 어렵죠. 국내에서 설계, 시공되는 목조주택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우리나라도 비가 적게 오는 나라는 아니잖아요. 최근에는 지붕처마가 없는 목조주택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어찌 된 영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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